비에이는 '아시아의 알프스'라는 수식어를 갖고있는 장소입니다.
그 수식어에 어울리는 높은 산과 산 위에 덮여있는 눈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비에이는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풍경은 웅장하고, 광활하고, 높고, 큼직큼직해서 한 눈에 담아지지 않기 때문에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구경해야했습니다.
3 Day.
삿포로에서 비에이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차로 2시간을 달려야 합니다.
비에이에 가까워질수록 마치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가는 길이 멀어 출발한 지 한시간 쯤 되었을 때 휴게소를 잠시 들렀는데,
벌써부터 삿포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기도 다르고, 보여지는 풍경도 사람이 손길이 닿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로 도착한 관광지는 탁신관과 함께있는 자작나무 숲이었습니다.
사실 탁신관 내부는 둘러보지 못했고, 주변의 자작나무 숲을 많이 구경했습니다.
자작나무의 하얀색 기둥과 가늘고 키가 큰 외형이 겨울과 잘 어울렸습니다.
숲 속을 걸어다니다 그 속에 가만히 서 있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에 사로잡히게됩니다.
쉽게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풍경입니다.
비에이에는 새우튀김을 잘하는 아주 유명한 집이 있습니다.
가이드 투어를 신청할 때 그 식당을 예약하는 옵션이 있었는데, 저는 튀김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옵션을 선택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투어 측에서 서비스로 식당을 예약해주어서 유명한 맛집을 쉽게 가볼 수 있었습니다.
새우튀김이 곁들여진 카레라이스를 시켰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새우가 동그랗고 큼지막한게 특징입니다.
튀김옷이 얇아서 바삭바삭하고 새우가 탱글해서 식감이 매우 좋았습니다.
맛은 있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몇시간을 기다려서 먹을만큼의 그렇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만, 같이 먹었던 사람은 여행 중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튀김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일행은 튀김을 좋아하는 편이라 다르게 느낀 부분인 것 같습니다.
(카레가 평범했다고 생각하는건 둘 다 동감하는 부분ㅎ)
점심을 먹고 집합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카페를 찾아 걸어다녔습니다.
걸어다니면서 비에이 중심가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오타루보다 더 작고 귀여운 집들이 나란하게 있던 비에이의 중심가입니다.
워낙 눈이 많이오는 지역이다보니 1,2층 정도로 낮게 이루어진 주택들이 대부분이었고,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 같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곳에 살게되면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살기보다는,
너무 춥고 눈이 많이오는 곳이니 그 추위에 지치지 않고 하루하루 평안하고 고요하게 별일 없이 사는 것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연말이라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았었는데, 한 군데 딱 열려있는 카페가 있어서 바로 들어가서 몸을 녹였습니다.
가이드분이 설명해주시길, 홋카이도산 유제품은 정말 맛있으니 꼭 먹어보라고 권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라떼를 한 번 시켜봤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먹었던 라떼들은 달거나 꽤 쓰거나 해서 딱히 기억에 남는 라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라떼가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으면서도 우유를 좋아해서 라떼를 자주 마셨습니다.
근데 이 곳의 라떼는 제가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맛이었습니다!
커피 맛은 강하지 않으면서도 우유가 정말정말정~말 고소하고 어떻게 그렇게 부드러운 맛을 내는지...
삿포로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들 중에 저의 최애는 이 라떼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이 라떼는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ㅠㅠ
(홋카이도 유제품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편의점에서 우유와 요거트 치즈 등을 많이 사먹었는데특히 얼룩소가 그려져있는 바닐라요거트가 정말 맛있습니다. 꼭 드셔보시길!)
몸을 따듯하게 하고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이동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언덕에 눈만 쌓여있고 그 안에 나무 하나가 우뚝 서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입니다.
가이드 분의 말에 의하면, 이 곳은 현지 분들의 사유지인데
예전에는 땅을 구분시킬 방법이 따로 없으니 나무를 세워서 '여기부터는 내 땅 저긴 네 땅' 하고 구분하는 기준점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럴듯합니다¿
여기까지 보고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청의 호수로 갑니다.
저는 호수도 너무 신기했지만 호수 주변의 눈쌓인 산이 장관이라 산의 사진을 담아봤습니다.
이 광경을 실제로 맞닥뜨리면 '와.. 이게 말이되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감탄사를 몇번을 연발했던지...
산꼭대기를 그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짜릿합니다.
계속 보고있으면 빠져들 것 같이 넋을 놓고 보게됩니다.
산멍 눈멍을 제대로 즐기고 왔습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않고 멍하니 빠져들게 하는 경관이 무서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멋진 곳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닝구르테라스로 향합니다. 오전 8시반부터 시작한 투어였는데 어느덧 어두워졌습니다.
앞에서 너무 대단한 경관을 감상해서 그런지 닝구르테라스는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눈 속의 오두막이 낭만적이고 따듯한 분위기가 좋다... 정도? 감탄을 부를만 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ㅎ
다만, 사진이 워낙 잘 나오는 곳이라서 좋은 포토스팟은 분명했습니다.
모든 투어를 마치고 다시 삿포로 시내로 돌아오니 8시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호텔 근처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로컬 선술집을 들어갔습니다.
유명한 집도 아니었고, 한국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냥 일본 사람들이 자주가는 술집 느낌이었습니다.
만둣국, 꼬치, 모듬회를 시켜 먹었는데, 모듬회는 비리지도 않고 싱싱해서 먹기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싸고 맛있어서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근데 여기도! 삿포로 맥주는 평범한 맛이라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짧고 알찬 3박 삿포로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2022년이 함께 저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을 일본에서 즐겁게 보내고 새해 첫날을 일본에서 맞는 것도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겨울의 삿포로 여행은 신기하고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았고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의 삿포로는 알록달록하고 시원하고 별이 많이 보인다고 해서 여름에도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정말 추천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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